청계광장 스프링 탓에 나라가 망하나?

요즘 새로 집을 지어놓으면 관청에서 공무원이 준공검사 한답시고 나와서 하는 말이 있다.
"집은 잘 지었는데, 풍수적으로 터에 문제가 있어요."

집들이에 손님들을 초대하면, 이들도 한 마디씩 거든다.
"풍수적으로 봤을 때, 현관에 거울을 놓으면 재물운이 사라져."

외관을 보고 공무원이 한 마디, 내부를 보고 집들이 손님들이 한 마디씩 '재수 없는 소리'를 하고 간다.

이게 무슨 현대적 예법이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으나, 국가적 대업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풍수지리설이다. 23일 자 동아일보를 보면 청계광장의 스프링이라는 조형물 때문에 국운이 흔들린다는 김성균 교수의 주장을 실어 놓았다. 그래서 빨리 뜯어내라고 한다.

남대문 화재, 촛불시위, 대형 살인사건에도 이 조형물이 영향을 끼쳤다는 희한한 소리를 해댄다. 이 교수는 며칠 전에도 조선일보에 <독자 편지>를 보내 똑같은 소리를 했었는데, 지금은 어찌된 영문인지 이 기사를 찾지 못하겠다. (퍼다 나른 기사)

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무조건 '청계광장 조형물 탓이오' 하게 생겼다.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이 조형물을 뜯어내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. 관리 소홀, 소통 실패, 치안 부재에 대한 면죄부이기 때문이다.

이 조형물을  2006년 9월에 세웠다는 데, 하긴 스프링을 세우고 나서 이상한 사람들이 떼를 지어 청와대에 들어 간 것 아닌가? 그렇다면, 스프링을 치워 버린다면 이 사람들 다시 떼를 지어 쫓겨 나올 법하다. 한 번 실험해 볼 일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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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한량 | 2008/10/23 22:56 | 인사문 | 트랙백 | 덧글(2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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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8/10/27 12:01
34억들여서 만든 높이 20미터 무게9톤의 대형 조형물인데도 지역주민들에게는 정서적 위안이 별로 안되는 가 봅니다. 이런 큰일을 할때는 마음을 모아서 추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것 같더군요.
Commented by 한량 at 2008/10/28 07:17
조형물이 마음에 안 들 경우도 있을 테고,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마음에 안 든다고 하고, 정 싫으면 보기 싫다고 뜯어 내라 하면 될 일입니다. 물론 졸속 추진과 세금 낭비 책임도 물어야겠지요.

그러나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'무생물'이나 미신 탓으로 돌리는 행태와 심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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